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 공적인 관계와 사적인 관계….


1. 옛날에 상당히 똑똑한 척 하던 동기가 그랬었다. “의무감으로 해야하는 일이라면 너무 재미없지 않아? 난 그래서 항상 재미있는 꺼리를 찾지… 전사련회의(이넘 사범대 학생회장이었다)에 나갈 때 버스 멀리타고 가서 날새고 회의하려면 가기 싫지… 대신 회의에 참가하는 예쁜 여학생을 딱 찍어둬… 그러면 회의에 가기 싫더라도 그 여학생을 보는 즐거움으로 재미있어질 수 있지”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후로 난 공사를 뒤섞는 일에 흥미를 느꼈고 그러면 꽤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2. 게다가 현재 내가 하는 일이라는 것이 공사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없을 수도 있었다. 나의 일은 “삶 자체를 다른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난 어떤 보람을 얻는 거다!

3. 그러나 혼란스럽게도 난 내가 힘들겠다(혹은 곤란해지겠다, 상처받겠다 등) 싶으면 '공'적인 것에서 '사'를 억지로 떼어내려고 하거나 '사'에 어울리지 않는 '공'적인 것을 덧씌운다. 그러면 난 아주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철두철미한 사람이 된다. 그리고 교과서처럼 도덕적, 교훈적인 문구를 읊어 댄다. 그렇게 곤란한 순간을 넘기기는 나에게 아주 익숙한 방법이다.

딱딱하게 다듬어진 '공'이라는 가면을 벗고 싶어 무진장 애를 쓴 적이 있고 성공했다 싶었는데, 가면은 어느 순간 내 얼굴에 투명팩처럼 씌워져 있다. 떼어지지 않는다.

-[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