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be 유유시민 의원의 평상복 차림 등원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정치를 희화화한 것이냐, 문화의 다양성이냐'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정장 차림을 하는 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의견에서부터, 복장은 의원 개개인의 판단과 양심에 맡겨야 할 문제라는 주장까지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29일 유 의원의 '국회의원 선서 좌절' 현장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29일 오후 2시40분. 유시민 개혁국민정당 의원의 국회의원 선서가 진행되기 직전, 국회 본회의장 한나라당 의석에서는 “뭐야 옷이!” “안돼! 안돼!” “퇴장해, 퇴장” “국회를 뭘로 보는 거야” 등의 야유와 고성이 오갔다. 장성원 민주당 의원도 일어서서 “이게 뭐야!”라며 동참했다.

이후 한나라당 의원들 20∼30명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갔고, 4·24 재보선에서 당선된 세 의원의 국회의원 선서는 내일(30일)로 미뤄졌다. 5분 동안 벌어진 일이다.

유시민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 선서 때 넥타이를 매지 않고 평상복 차림으로 나오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약속대로 베이지색 면바지에 회색 컬러의 라운드 티셔츠와 남색 재킷을 입고 본회의장에 참석했다.

오후 2시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 유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 선서와 관련된 의전 문제를 국회 관계자로부터 설명 들었다. 유 의원은 본회의 개회 직전 본회의장을 한 바퀴 돌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해 국회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민주당 의석쪽으로 다가오자 정범구 의원은 “(그런 복장인데 본회의장에) 들여보내 줬어?”라고 말을 건네며 “나도 딸과 약속을 한 게 있는데 국회에 말총머리를 하고 들어가는 것이었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한편, 같은 시각 정균환 민주당 총무 자리에서 윤철상 민주당 수석부총무와 임인배 한나라당 수석부총무가 유 의원의 복장 문제에 관해 협의했다. 임 부총무가 “저 차림으로 선서하면 우리 의원들을 퇴장시키겠다”며 한나라당의 불쾌한 입장을 전달하자, 정 총무는 “나는 잘 모르겠다”며 논쟁을 피했다.

이에 옆자리에 앉아 있던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그 문제는 양심의 문제이지 여야가 타협할 게 아니”라며 임인배 부총무를 질책했다. 이 전 의장은 “그것보다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의원들부터 오라고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본회의는 정족수 미달로 오후 2시35분께 시작됐다. 의사국장의 보고 후 박관용 국회의장이 4·24 재보선 당선자들에게 발언석으로 나와줄 것을 요청했다. 의원선서가 진행되기 직전 (유시민 의원의 평상복 차림을 문제삼는) 한나라당 의원 20∼30명이 야유를 보내며 퇴장했다.

이후 박 의장은 “국회 관례를 (유 의원에게) 설명했고 본인도 알겠다고 했다”며 “내일 첫 의제로 선서하도록 하겠다. 이런 식으로 개별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퇴장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류했다.

오후 2시43분께 의원선서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고 내일로 연기되자,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 앉아있던 개혁당원 20여 명이 모두 빠져나갔다. 오늘 이 사태를 처음부터 지켜본 한 개혁당원은 “기대했던 것이고 원했던 바”라며 권위주의적인 국회의원들의 태도를 꼬집었다.

한편, 국회의원 선서 연기 사태에 대해 유시민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에서 예의를 갖춘 복장이 실크색 정장 차림이어야 하느냐”고 반문한 뒤 “섭섭하고 실망스럽지만 다른 두 분도 의원선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내일(30일) 일은 좀더 고민을 해봐야겠다”고 밝혔다.

- (한나라당 의원들이 유 의원의 복장을 문제삼아 퇴장한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모르겠다. 여기는 내가 일하는 곳이다. 그래서 편한 복장을 입고 왔다. 소박한 생각이었다. 이는 된장찌개를 좋아하느냐 김치찌개를 좋아하느냐의 차이이다. 문화적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 내일(30일)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해 보겠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예의를 갖춘 복장이 실크 정장차림이어야 하나. 이해가 안 간다. 마음에 안들 수도 있지만,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다고 본다. 섭섭하고 실망스럽다. 나는 이 정신에 따라 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두 분도 의원선서를 해야 하므로 민폐를 끼치게 되지 않나 걱정이다. 고민해보겠다.”

- 임인배 한나라당 수석부총무와 얘기를 나누던데, 임 부총무가 뭐라고 하던가. “(한나라당) 여러분들이 넥타이를 매라고 한다고 하더라.”

- 박관용 국회의장도 뭐라고 지적한 것 같은데. “의장님이 미리 사람을 보내 (복장 문제를) 말씀했다. 그래서 고려해 보겠다고 했다. 라운드 티셔츠에 재킷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지나치게 정치문화가 허례의식에 치우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 변화가 늦어지는 것도 문화적 보수주의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를 스스로 자유주의자라고 말하지 않았나. 사고방식 뿐 아니라 행동양식도 자유롭게 할 것이다.”

이에 대해 김원웅 개혁당 대표는 “깔끔한 복장이 뭐가 문제냐”며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한다는 것인데 선배들이 너무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표는 “국회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은 오히려 선배 정치인들의 욕설과 몸싸움”이라며 “통속적 권위주의를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것보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튀려는 게 아니라 일하기 편한 옷을 입고 싶은 것뿐”

유시민 의원의 톡톡 튀는 행보가 화제다.

'새내기 국회의원.' 지난 4·24 경기 고양 덕양갑 재선거에서 당선된 개혁국민정당 소속 유시민 의원이 자신을 일컫는 말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유 의원은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있을 '국회의원 선서' 때에도 넥타이를 매지 않은 평상복 차림으로 나설 예정이다.

유 의원은 이날 사전에 배포한 '국회의원 선서에 부쳐 드리는 말씀'을 통해 “(평상복 차림이) 혼자만 튀려고 그러는 것도 아니고, 넥타이 매는 게 귀찮아서도 아니”라며 “이제 국회는 제 일터가 됐고, 저는 일하기 편한 옷을 입고 싶은 것뿐”이라고 동료·선배 의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는 앞으로도 평상복 차림을 즐겨 입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어 유 의원은 “'서로 다름에 대한 존중과 관용'이 이제 막 국회에 첫 발을 내딛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라며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의정활동을 약속하지만 불관용과 독선에는 단호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유 의원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동료·선배 국회의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궁금하다. 다음은 유 의원이 작성한 '국회의원 선서에 부쳐 드리는 말씀' 전문이다.

국회의원 선서에 부쳐 드리는 말씀

존경하는 박관용 국회의장님과 선배 의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고양시 덕양갑 유권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도 인사드립니다. 개혁당 유시민 의원입니다.

오늘 제 옷차림 어떻습니까. 일부러 이렇게 입고 왔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국회에 나올 때 지금 같은 평상복을 자주 입으려고 합니다. 혼자만 튀려고 그러는 것도 아니고, 넥타이 매는 게 귀찮아서도 아닙니다. 이제 국회는 제 일터가 됐고, 저는 일하기 편한 옷을 입고 싶은 것뿐입니다. 이런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똑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습니다. 제가 가진 생각과 행동방식, 저의 견해와 문화양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분들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겠습니다. 그러니 저의 것도 이해하고 존중해 주십시오.

'서로 다름에 대한 존중과 관용.' 이것이 이제 막 국회에 첫 발을 내딛은 제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서로 관용할 수 없는 것은 단 하나, 자기와 다른 것을 말살하려는 '불관용'밖에 없다고 믿습니다.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의정활동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불관용과 독선에는 단호하게 맞서 싸울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과 의원님들 지켜봐 주십시오. 격려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03년 4월 29일 새내기 국회의원 유시민 드림

2003/04/29 오전 11:34 ⓒ 2003 OhmyNews

유쾌 ^^[괭이]